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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간 휠체어·목발에 의지해 신촌세브란스병원 환자들 도와(소아마비 2급 최*란)
김**  |  조회 975  |  2017-04-26

"장애인이라고 봉사 못할 거 있어요?"

지난 19일 오후 1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본관 2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휠체어를 탄 최혜란(65·사진)씨가 길을 잃은 50대 여성 환자에게 밖으로 나가는 방법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최씨는 선천적으로 양다리가 불편한 소아마비 2급 장애인이지만 26년째 세브란스병원에서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 오후 1시부터 3시 30분까지 환자·보호자들에게 길 안내를 하고 매주 금요일 같은 시간에는 환자들의 몸을 닦는 수건을 접는다.

젊은 시절 인쇄소에서 일하던 최씨는 26세이던 1978년 장애인 출신 여의사 황연대 박사의 강연을 듣고 봉사 활동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장애인도 자원봉사를 하면서 사회에 참여해야 한다"는 말에 감명받았다고 한다. 최씨는 "황 박사님은 '봉사가 거창한 게 아니다. 길에 떨어진 종이 한 장을 주워서 치우는 것도 봉사'라고 말씀하셨다"고 회상했다.

40세 때 다니던 인쇄소가 문을 닫으면서 본격적인 봉사를 시작했다. 자신처럼 몸이 불편한 환자들을 도우려고 봉사 장소로 세브란스병원을 선택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01년부터 도입된 자원봉사 인증 시스템인 '사회복지 자원봉사 인증관리 시스템(VMS)'에 기록된 최씨의 자원봉사 시간은 2300시간에 달한다. 1500시간을 돌파했을 때는 세브란스병원에서 기념 배지를 받았다.

세브란스병원에는 최씨 같은 장애인 자원봉사자가 7명 있다. 맡겨지는 업무가 복잡하거나 어렵지는 않지만 인내심과 성실성이 필요하다고 한다. 수술실이나 분만실에서 쓰는 수건을 접는 간단한 일부터 시작하고, 병원 지리에 익숙해지면 길 안내를 돕는 식이 다.

최씨는 "길 안내 봉사를 하다 보면 환자나 그 가족의 말동무가 되기도 하는데, 어떤 이들은 내 사연을 카카오스토리에 올리고 싶다고 말해 쑥스럽다"고 했다. 70세가 되면 봉사 정년(停年)으로 그만둬야 하는 점을 가장 아쉬워했다. "정년까지 건강이 허락하는 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봉사하러 올 겁니다. 올해 목표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자'로 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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