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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여성 갈 곳 잃었다…구미 유일 긴급피난처 폐지
김**  |  조회 445  |  2018-11-20

구미에 하나밖에 없는 가정폭력 여성 긴급 피난처가 지난달 문을 닫았다.

구미시는 “지난 9월19일 구미 여성 종합상담소로부터 긴급피난처 폐지 신청이 접수됐고, 한 달여 뒤인 지난달 19일 긴급 피난처 폐지를 결정했다”고 20일 밝혔다.

긴급 피난처는 가정폭력과 성폭력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이다.
피해자들은 3일에서 최대 7일까지 이곳에 머물며 상담과 치료를 받는다.

구미에는 모두 3곳의 긴급피난처가 있지만,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이 머물 수 있는 임시 보호시설은 구미여성종합상담소가 운영하던 긴급 피난처가 유일했다.
지난해에만 31가구 52명의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이곳을 이용했다.

구미여성종합상담소 우순남 소장이 상담소 안에 긴급피난처를 설치한 것은 1993년. 신체적, 심리적 위기 상황에 놓인 여성 피해자들에게 잠시나마 쉴 곳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였다.

우 소장은 무려 21년 동안 긴급피난처 운영을 도맡아 왔다.
지자체 지원을 받지 못했던 처음 10년간은 사비로 긴급피난처 살림을 꾸려갔다.
그랬던 그가 긴급피난처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이유가 뭘까.
가정폭력 사건의 특성상, 신고가 접수되는 시간이 대부분 늦은 밤이다.
오갈 데 없는 여성들이 머물 수 있는 유일한 긴급피난처가 하나밖에 없다 보니, 우 소장의 업무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상담소에는 다른 직원 3명이 있었지만, 인건비를 줄 수 없기 때문에 긴급피난처 일은 고스란히 우 소장의 몫이 됐다.

우 소장은 “피해자 대부분이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여서 긴급피난처에 입소한 뒤에도 눈을 떼기 어렵다”며 “사건이 잦은 시기에는 며칠 동안이나 잠을 자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21년 동안 긴급피난처 운영을 맡아왔지만, 더 여력이 안 된다고 판단해 폐지를 결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부족한 지자체 지원이 ‘긴급 피난처 폐지’의 배경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갈수록 늘어나는 데, 지자체의 지원은 20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미시에 따르면, 지난해 515건이던 구미지역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올해는 지난달까지 집계된 것만 800건을 넘었다.
반면에 긴급 피난처에 지원되는 한 해 예산은 도비 150만 원과 시비 350만 원이 전부다.
주식비 명목으로만 지원되고, 인건비는 근거가 없어 자원봉사 인력에만 의존하는 실정이다.

구미여성종합상담소가 운영하던 긴급 피난처가 문을 닫았기 때문에 구미지역 피해 여성들은 다른 지역에 있는 임시 보호시설을 이용해야 한다.경북에는 포항, 영주, 경산, 칠곡, 김천에 여성 긴급전화 1366 경북센터가 운영하는 긴급 피난처가 있다.

구미시 관계자는 “긴급 피난처를 유지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면서도 “관련 예산을 늘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지원 근거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구일보 류성욱 기자 1968plu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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