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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에 가정폭력, 돌봄 부담까지…우크라 여성 ‘이중고 삼중고’
이**  |  조회 62  |  2023-02-24

 러시아의 침공이 1년을 맞으며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고통이 날로 깊어지는 가운데 여성들의 삶이 특히 심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 전쟁 초기에는 전쟁 범죄의 주요 희생자가 됐고, 피란처에서도 성폭력 등에 노출되고 있다. 가정 폭력도 증가하고 아이와 노인 돌봄의 부담까지 늘고 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구호단체 ‘국제구조위원회’의 우크라이나 지역 책임자 마리샤 자파스니크는 22일(현지시각) 성폭력과 가정 폭력 등 갖가지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계속 늘고 있다고 경고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자파스니크는 특히 최근 들어 여성들이 피난처에서 폭력에 시달린다는 보고가 부쩍 늘고 있다며 “이들을 위한 지원 조직도 부족한 가운데 주민 전체의 스트레스 수준이 날로 올라가며 성차별적 폭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공동 생활을 하는 피란처에 머물던 한 여성이 폭력 때문에 핸드백과 겉옷만 들고 도망쳐 거리를 배회하다 경찰에 발견돼 이 조직에 인계된 일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여성은 이후 심리 치료를 받고 옷을 살 돈을 지원받은 뒤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가정을 소개받았다.

많은 주민이 러시아군의 지속적인 폭격에 시달리면서 가정 폭력도 덩달아 늘고 있다. 자파스니크는 “이는 아주 예민한 문제이며 전쟁 전에도 우크라이나에서는 잘 논의되지 않았다”며 “그래서 지금도 공론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여성들을 보호할 모든 조처를 다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족 돌봄도 우크라이나 여성들을 짓누르는 부담이다. 전쟁으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에 전쟁 전엔 정부의 지원을 받던 노인들까지 챙겨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자파니스크는 그래서 일거리가 있는 여성들도 가족을 돌보기 위해 일을 포기하는 일이 속출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국적으로 3천개의 학교가 폭격 등으로 파괴되거나 손상됐고, 파괴된 보건 시설도 750곳에 이른다며 이런 상황에서 가족을 챙겨야 한다는 부담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장기적으로 받을 심리적 악영향은 대단히 파괴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난방·수도·전력 등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지역의 상황은 더욱 암담하다.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에서 이 단체의 도움을 받은 여성인 올가(57)는 전쟁의 트라우마 때문에 일상 생활이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녀는 “잠자리에 들었다가 두려움에 떨며 다시 일어나 기도를 하고, 무슨 일이 벌어질까 싶어 뜬눈으로 지새기도 한다”며 “우리는 일하러 나가지도 않고 집에 머물며 폭격을 당할지, 폭격이 어떻게 끝날지 지켜보곤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전쟁 전엔 밖에 나가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면서 “이제 우리의 삶이 멈췄다. 잠자리에 들어가서도 다시 일어나야 하는 상황이 생길지 기다리는 처리가 됐다.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출처: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08105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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