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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사건 가해자, 청소년기 치료했다면
강**  |  조회 482  |  2017-09-04

올해 초 피해망상형 조현병 환자에 의해 발생했던 '강남역 살인사건'.

어느덧 일반인들의 기억에서는 잊혀져 버렸지만 학계는 이 사건을 결코 잊지 못한다. 대한조현병학회 국제심포지엄이 열린 11일 당일도 환청을 듣고 80대 아버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된 40대 장애인이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일이 보도됐다.

20대 초반부터 조현병을 앓으며 15년 넘게 정신과 치료를 받아온 K씨가 '아버지를 찔러 죽여라'는 환청을 듣고 망상에 빠져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처럼 조현병 환자의 범행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사이, 학회는 그 해결책을 '조기진단'과 '조기중재'에서 찾으려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 축적돼 온 국내외 연구 결과들에 근거해 정신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면 충분히 완치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예방도 가능하다는 게 학회의 입장이다. 가령 강남역 살인사건의 가해자도 정신건강 문제가 발생한 청소년 시기에 즉시 적절한 치료를 받았더라면 안타까운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

물론 이러한 동향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해외 다른 국가들에서도 차츰 인정받는 추세다. 대한조현병학회 국제심포지엄 참석차 방한한 국제조현병학회 패트릭 맥고리(Patrick McGorry) 회장(호주 멜버른 대학)은 10일 특별토론회에 참석해 매년 수백억 원을 신규 투자해 청년 정신질환 예방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영국, 호주, 미국 등의 사례에서 국제적 동향을 소개했다.

청년 정신보건사업이 매우 가치 있는 일인 동시에 의료비와 사회적 부담 경감 차원에서도 효과적이고 경제적 투자라는 사실이 입증된 덕분에 국가 차원의 정신건강서비스가 확대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맥고리 교수는 추계학회가 본격 진행된 11일에도 기조강연(Plenary Session)을 맡아 "호주에서는 지난 10년간 100여 개의 청년 정신건강서비스센터가 새로 만들어져 정신질환의 예방과 회복이 촉진됐다"며, "정부와 사회가 청년 정신건강의 중요성과 가치를 인식해 아낌 없는 투자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현대의학은 이상징후를 보이는 고위험군에게 3년 이내 정신증이 발생할 확률을 36%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실제 이 기준을 활용해 이환율이 낮아지고 있으며, 추가적인 위험요인들을 찾아내 위양성률을 보완해 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맥고리 교수는 "유럽에 비해 조기중재 프로그램이 늦게 시작된 미국에서도 최근 상당히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며, "일찍 개입할수록 치료효과가 뛰어나지만 개입 시기가 1~2년 늦어지면 같은 효과를 보기 위해 훨씬 더 많은 비용과 기간이 소요된다. 지역사회가 잠재된 환자들을 빨리 찾아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기중재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한국의 노력이 성공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정신보건 전문가들은 물론 정부와 사회가 함께 노력해달라"는 당부를 덧붙였다.

이날 좌장을 맡은 대한조현병학회 정영철 이사장(전북의대)은 "내년 봄 정신보건법 개정을 앞두고 우리나라의 정신보건 환경과 사회환경 전반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며, "조기발견 및 조기중재 체계를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회가 '초발정신증 임상평가'에 관한 진료지침 수립을 서두르는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보여진다. 뚜렷한 정신병적 증상이 드러나기 이전의 상태인 전구기를 포함해 뚜렷한 증상이 발현된 시점부터 최대 5년까지를 '결정적 시기'로 보고, 임상현장에서 초발정신증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결정적 시기에 적절한 치료와 교육을 제공하면 회복을 촉진하는 것은 물론 만성화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데 학계의 의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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