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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 동영상' 찾는 남자들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문**  |  조회 6  |  2019-03-15

"나 '정준영 동영상' 찾아보는 남자들 실시간으로 목격함. 나랑 대각선 자리에 있는데 진지하게 찾고 있어. 와..."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가 운영하던 클럽 '버닝썬' 폭행 사건에서 시작한 불길이 정준영(30)의 불법 촬영물 유포에 이어 경찰 고위층과의 유착 의혹으로까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경찰과 유흥업소의 유착은 물론 클럽 내 성폭력, 여성을 향한 성적 폭력 등 우리 사회가 외면해 왔던 문제들이 하나씩 수면 위로 떠올라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사회의 가장 썩은 부분이 드러나는 이 시점에 포털사이트를 장악한 것은 다름 아닌 '정준영 동영상'이었다. 정준영이 찍었다는 몰래카메라(이하 몰카)를 보고 싶은 사람들의 궁금증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꼴이다.

성범죄를 '섹스 스캔들'로 만드는 추악한 호기심

이 모습을 본 나와 내 친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정준영 동영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랐기 때문이다.

다수의 여성은 몰카를 일종의 놀이로 여기는 문화에 분노한다. 또한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공권력에 분노한다.

반면 일부 남성은 정씨의 불법 동영상 속 여성이 누구인지에 호기심을 드러냈다. 모든 남성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어느 남성 연예인의 '몰락 드라마'가 즐거워 흥분한 듯 보였다. 그들에게 정준영의 불법 동영상은 도덕적 잘못도, 중대한 범죄도 아닌 그저 '섹스 스캔들'이었다.

이들의 '호기심'은 검색어 1위에서 끝나지 않았다. 동영상에 등장한다는 여성을 추측해 리스트를 만들어, '지라시'라는 이름으로 공유했다.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내며 2차 피해를 일으켰다.

불법 촬영물 속 피해자 중 여성 아이돌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정보를 접한 사람들은 '동영상 속 여자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눈을 부릅떴다. 이 과정에서 실제 인물들의 이름이 언급되기도 했다. 소속사의 재빠른 대응이 없었다면, 실제 그 이름까지도 검색어에 올랐을지 모른다. 별 생각 없이 동영상을 찾고, 추측을 쏟아내는 것이 또 다른 가해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 하는 듯 보였다.

이 거대한 온도차는 평소 누가 가해자의 편에 서는지, 누가 피해자의 편에 서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명백한 성범죄 사건을 여성들이 '폭력'으로 이해할 때, 남성들은 그것을 '섹스'로 이해한다. 남성들에게 불법 촬영물은 범죄의 산물이 아니라 '포르노'다. 불법적인 촬영이었더라도 피해자가 합의하에 성관계를 한 것이라면, 그들은 피해자의 지위를 박탈한다. 순결하지 않은 여성은 자신들에게 관음을 당해도 '싸다'는 논리다. 이 순간 단죄의 대상은 남성 가해자가 아닌 여성 피해자로 바뀐다. 대중의 과녁이 조정된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정준영을 말해야
 

정준영, 광수대 출석 불법동영상 촬영 및 유포 혐의와 관련 가수 정준영이 14일 오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출석하고 있다.
▲ 정준영, 광수대 출석 불법동영상 촬영 및 유포 혐의와 관련 가수 정준영이 14일 오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출석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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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연예계로부터 논란이 된 불법 촬영물 사건들에서 대중이 알게 된 건, 대부분 가해자의 정체가 아닌 피해자인 여성 연예인들의 이름이었다.

여성 연예인들은 성범죄 피해 사실에 연루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대중 앞에 무릎 꿇어야 했다. 불법 촬영의 대상이 된 피해자인데도 대중은 피해자가 건네는 사과를 의심하지 않았다. 성범죄에 연루되는 것,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것부터가 '사회적 물의'였다. 한 연예인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면 사과해야 함이 마땅하다 여겨졌기 때문이다.

정준영 사건은 앞서 연예계에서 벌어진 불법 촬영물 사건 중 최초로 가해자의 이름이 드러난 사건이다. 하지만 대중은 그간 자신들이 피해자를 중심에 세우거나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전시하기에 바빴던 이전의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이번 사건에서도 똑같이 반응했다. 

끔찍한 상상이지만 만일 피해자의 이름까지 공개되었다면, 그 동영상은 '정준영 동영상'이 아닌 피해자의 이름인 'OOO 동영상'으로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녔을 것이다.
 
'공범'이 되지 말자

이 추악한 호기심에 언론은 더 불을 붙였다. 채널A는 피해자 중 '현직 걸그룹 멤버'가 포함되어 있다며 [단독]으로 보도했다. 심지어 피해자로 추정된다는 루머 속 특정 걸그룹의 실제 이름을 함께 보도하기도 했다. 해당 언론의 보도 행태는 불법 촬영을 범죄가 아닌 섹스의 영역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의 호기심을 북돋는 행위이자, 언론 윤리를 완전히 저버리는 일이다. 
 

 '아하 서울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는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인 페이스북에 "피해자를 추측하는 모든 글, 사진, 동영상을 유포하는 행위는 피해자에 대한 또 다른 폭력"이라며 2차 가해 중단 캠페인을 제안했다.
 "아하 서울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는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인 페이스북에 "피해자를 추측하는 모든 글, 사진, 동영상을 유포하는 행위는 피해자에 대한 또 다른 폭력"이라며 2차 가해 중단 캠페인을 제안했다.
ⓒ 아하 서울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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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모든 권력 주체가 얽히고설킨 이번 사건에서, 누구의 입을 믿어야 할지 대중은 혼란스럽다. 엄정한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 경찰은 이번 사건에서 부패의 축을 담당하고 있는 듯 보이고, 조회수에 혈안된 일부 언론사는 연예인의 이름을 거론하며 성범죄 보도 윤리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다.

그 어떤 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모든 것이 '의혹'에 머무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소한의 시민의 윤리를 지켜나가는 일이다.

피해자를 캐묻지도, 궁금해 하지도 말자. 사건의 경위가 모두 밝혀진 후 가해자를 단죄하자. 동정하지 말고 반드시 퇴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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