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마당
[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청소년 모텔’ 룸카페에 무슨 일이
이**  |  조회 73  |  2023-02-25

 룸카페 단속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뜨겁다. 여성가족부가 신·변종 룸카페를 청소년 출입·고용 금지 업소로 지목하면서 일선 지자체와 경찰이 대대적인 단속에 돌입했다. 룸카페가 사실상 ‘청소년 모텔’처럼 운영되면서 청소년들의 탈선과 성범죄를 부추긴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부산시도 부산경찰청과 함께 지난 10일부터 룸카페 단속을 시작했다. 그러나 룸카페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동시에 10대 청소년들의 성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손님 중 95% 학생 커플, 99%는 성관계

룸카페는 애초 다과와 음료를 제공하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휴식, 놀이 공간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점차 독립된 밀폐 공간에 모텔처럼 운영되면서 청소년 탈선을 부추긴다는 논란이 일었다. 독립된 룸마다 도어락이 설치되고 침대, TV, 공기청정기는 물론이고 내부에 샤워기가 딸린 화장실까지 갖춘 곳도 등장했다. 부산시와 경찰 점검반이 찾은 부산진구의 한 룸카페도 밀폐된 룸에 매트와 쿠션이 놓여 있고 TV와 탁자가 설치돼 모텔 같은 모습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 룸카페 실상을 폭로하는 글들이 올라오면서 논란에 불을 붙였다. 룸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한 네티즌은 “여기 오는 손님의 95%는 학생 커플이고 99%는 방에서 성관계한다”고 폭로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청소할 때 남자화장실 쓰레기통에 사용한 피임 기구들이 많이 쌓여 있다”고 했다.


∎성범죄 실태 보니…대부분 미성년자

룸카페가 미성년 성범죄에 이용된 사례도 적지 않다. 룸카페로 미성년자를 유인한 후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하는 경우다. 지난해 7월 서울의 한 룸카페에서 20대 남성이 초등학생을 룸카페로 데려가 술을 먹이고 성추행하다 적발됐다. 창원지검은 지난해 8월 SNS를 통해 알게 된 미성년자를 가스라이팅한 뒤 자신의 남자 친구와 성관계하게 한 20대 여성을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 등 간음)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당시 성관계에 이용된 장소가 부산의 한 룸카페였다. 룸카페에서 발생한 성폭행의 가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도 다수 적발되고 있다. 형사 사건화 된 사례들을 감안하면 실제 벌어지고 있는 성범죄는 더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이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신·변종 룸카페 대응 관계 부처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이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신·변종 룸카페 대응 관계 부처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변종 룸카페 청소년 출입·고용 금지 업소

사회적 논란이 뜨거워지자 여가부는 변종 룸카페를 청소년 출입·고용 금지 업소로 고시하고 지자체와 경찰이 나서 적극 단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가부는 업소 구분은 실제 영업 행위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룸카페가 자유업이나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있더라도 밀폐된 공간과 칸막이로 구획하고 침구 등을 비치하거나 성행위 등이 이뤄질 우려가 있는 영업장은 청소년 출입이 금지된다는 것이다. 이에 해당하는 룸카페 업주가 ‘청소년 출입·고용 제한’을 업장에 표시하지 않았다면 단속해 시정을 명하고 시정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 또 해당 룸카페 업주가 청소년의 출입과 고용을 막지 않은 경우 징역과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의 성적자기결정권 침해

 여가부가 룸카페를 청소년 유해업소로 결정하고 단속에 나서자 청소년단체를 중심으로 청소년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는 청소년의 신체 접촉이나 성행위가 가능한 곳이라는 이유만으로 룸카페를 청소년 유해업소로 취급하는 것은 청소년의 신체 접촉과 성행위 자체를 범죄화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청소년의 섹스는 범죄 행위도, 비윤리적 행위도 아닌데 청소년에게 제대로 된 공간과 성교육의 장을 마련해 주지 않는 사회가 청소년의 섹스를 더 위험하고 폭력적인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성적 권리는 ‘차별, 폭력, 강요, 사회적 낙인 없이 누구나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탐색하고 성관계를 결정하고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청소년이라고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청소년의 성적 권리는 생명권, 학습권 등 다른 권리와 마찬가지로 중요하게 보장되어야 마땅하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아수나로는 여가부의 청소년 성적 권리 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비디오방, 멀티방, 룸카페, 그 다음은 …

룸카페에 대한 단속은 또 다른 변종 업소의 출현이라는 풍선효과만 낳을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정부가 2013년 멀티방을 청소년 출입·고용 금지 업소로 지정했지만 룸카페가 등장했듯 또 다른 변종 업소가 등장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대략 중·고등학생의 5% 안팎이 성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막을 수 없다면 양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애플리케이션 ‘서치통’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여가부의 룸카페 단속에 대해 40.6%가 ‘적절하지 않다’, 39.6%는 ‘적절하다’고 응답해 팽팽히 맞섰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성은 ‘음란하다’거나 ‘위험하다’는 양 극단만 강조하는 성 교육 방식은 오래 전에 실패했다고 말한다. 청소년들이 이미 성적 주체로 다양한 경험을 시작했는데 통제와 차단에 기반한 사회 시스템은 또 다른 문제만 낳는다는 것이다. 청소년의 모텔 출입을 금하자 비상구와 옥상 등 위험하고 불결한 공간에서 섹스를 이어 간다. 청소년은 사후 피임약이 필요해 응급실에 가도 보호자 동의가 있어야 한다. 지난해 종영한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임신한 청소년 영주와 그의 남자 친구 현은 우리 사회가 10대 청소년 성과 관련해 얼마나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줬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국제 성교육 가이드라인은 ‘포괄적 성교육’을 제시한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전 교과에 성교육이 포함되어야 하며, 생물학적 성의 차이는 물론이고 섹슈얼리티, 결혼과 육아, 관용, 포용, 존중, 동의, 폭력과 안전 등 인생을 살아가면서 사람과의 관계를 맺어 가는 데 꼭 알아야 할 것들을 포괄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 성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과 성교육 방식이 좀 더 성숙해져야 하는 시점이다.


/강윤경 논설위원

출처: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3021613463876347

의견나누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