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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 아이 성폭력 신고해도 ‘성매매’로 수사…국회서 멈춘 ‘아청법’ 개정
양**  |  조회 53  |  2019-06-24

13살 아이 성폭력 신고해도 ‘성매매’로 수사…국회서 멈춘 ‘아청법’ 개정


“정부는 모든 형태의 성착취와 성폭력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4조다. 이 협약은 “정부는 아동을 성적으로 이용하는 모든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도 명시한다. 하지만 한국은 이런 국제인권규범을 따르지 않는 예외적인 국가다. 일부 아동·청소년을 성매매 범죄의 행위자(대상 아동·청소년)로 보고 감호위탁,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까지 포함된 보호처분에 처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조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상 아동·청소년’을 국가의 보호, 지원이 필요한 ‘피해 아동·청소년’으로 변경하는 ‘아청법’ 개정안이 지난해 2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이 묶였다. 법무부는 “보호처분을 폐지하는 방안이 상당한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이다.

현행 아청법은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과 ‘대상 아동·청소년’을 구분한다. 성매매를 자발적으로 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대상 아동·청소년’으로 분류되는데 이 경우 변호사 선임, 상담과 치료 등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조항은 빈곤이나 가정폭력 등 사회구조적인 요인이 아동·청소년 성매매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점, ‘온라인 그루밍’ 수법 등을 통해 유입된 경우 피해자의 ‘자발적인 선택’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반영하지 못한다.

실제로 2014년 지적장애 아동 하은(가명, 당시 13살)이 가출 일주일 만에 성인 남성 6명에게 성폭력을 당한 뒤 이를 ‘성폭력 사건’으로 신고했지만 ‘성매매 사건’으로 수사가 진행됐다. 하은이 스마트폰 앱 채팅방을 직접 개설하고 숙박 등의 대가를 받았다는 이유다. ‘아청법 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인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성착취 과정에서 그루밍 요소가 100퍼센트 포함돼 있다”며 “이런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면 ‘왜 신고를 안 했냐’ ‘자발적인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보호처분 조항을 가해자가 악용하기도 한다. “부모나 학교에 알리겠다”거나 “너도 처벌받는다”며 위협하는 것이다. 공대위는 “해당 조항은 성착취를 당하고도 처벌받을까봐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조항을 완전히 삭제하는 대신 ‘16살 미만’을 ‘대상 아동·청소년’ 규정에서 제외하는 대안을 검토 중이지만 공대위 쪽은 “‘18살 미만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인권규범에 어긋난다”고 반발한다. 실제로 프랑스, 일본, 독일은 성 구매 및 판매 청소년을 모두 처벌하지 않는다. 미국은 18살 미만의 성매매 아동·청소년을 보호처분이나 형사처분 대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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