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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해자·방관자 교육을 말하다
강**  |  조회 461  |  2019-03-21

글 | 황혜진 여성조선 기자   사진제공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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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현상은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양분 논리로 논할 수는 없습니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기도 하죠. 소위 방관자라 불리는 대다수 주변 친구들의 역할과 태도에 대해서도 좀 더 세밀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 교류 없이는 살아가기 힘들다. ‘왕따’는 아픔이고 고통이다. 특히 정서적으로 민감한 청소년기에 경험한 왕따는 평생 지울 수 없는 기억이 되기도 한다.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 방관자도 마찬가지다.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박애선 소장은 “학교 교육에서 또래 관계의 중요성과 의사소통 훈련, 공감 훈련 등 체계적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문제가 생겼을 때 적극적으로 대처해가는 학교·또래 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주부들이 자주 찾는 여성 커뮤니티에 공통적으로 올라오는 왕따 관련 질문과 고민을 추려 박애선 소장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Q1
왕따를 당하고 폭력 수준으로 사태가 심각해진 다음에야 부모가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와 소통이 잘되는 경우에도 부모가 속상해할까 봐 왕따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하는 아이도 많다고 해요. 아이가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징후가 있나요?
아이들은 왕따당하고 있을 때 부모님이 속상해할 것을 염려해서, 자존심 상해서, 내 잘못이라고 야단맞을까 봐, 보복이 두려워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부모에게 도움을 청하기 어려워합니다.

자녀가 왕따당하고 있다면 말하지 않아도 일상에서 여러 가지 징후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갑자기 말수가 적어지거나, 울음이나 짜증이 갑자기 늘었거나, 무기력해서 잠만 잔다거나, 물건을 자꾸 잃어버리거나, 옷이나 운동화가 더럽혀져 있거나,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거나, 밖에 나가지 않으려고 하거나, 이유 없이 몸이 계속 아프다고 하는 등 평소와 다른 행동과 정서 표현이 나타난다면 자녀의 학교생활과 친구 관계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대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Q2
아이가 학교에서 왕따당하고 있어 마음이 아픕니다. 부모가 나설 경우 마마걸, 마마보이라는 놀림을 당하거나 보복을 당하기도 한다는데요. 부모가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많은 부모들이 ‘자녀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켜볼 것인가, 아니면 부모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자녀를 보호할 것인가’ 사이에서 갈등하고 결정을 어려워합니다. 이때는 상식선에서 판단볼 것을 권해드립니다. 잘 지내던 친구들끼리 서로 오해하거나 다툼이 생긴 경우라면 옆에서 조언하고 지지해주면서 자녀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지속적인 왕따나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부모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합니다. 자녀가 부모에게 자신의 힘든 상황을 고백하는 것은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입니다. 부모의 개입이 2차 피해로 이어질까 걱정되어 소극적으로 바라본다면 이 역시 자녀에게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자녀 편에서 공감하고 이야기를 들어주어 부모가 내 편이라는 것을 아이가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자녀가 자기 이야기를 솔직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때 잊지 말아야 할 사항은 ‘피해 학생, 가해 학생 모두 자라는 과정에 있는 아이들이고, 부모는 올바른 행동을 지도해야 하는 어른’이라는 점입니다.

이때 부모의 화난 감정을 가해 학생에게 퍼붓는 감정적 대처보다는 가해 학생의 행동을 제지하고 사건 재발로부터 내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대처가 중요합니다. 가해 학생의 진정한 사과, 내 아이가 사과를 받아들이고 용서할 수 있는 경험,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개입이 필요합니다. 채팅 내용, 녹음, 주변 친구들의 증언 등 구체적 정황과 증거자료를 확보하고 담임교사와 학교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 개입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청소년전화 1388, 117 학교폭력신고센터, 학교전담경찰관, 전문상담자의 도움도 받을 수 있습니다.

Q3
저희 아이는 항상 밝고 명랑해서 왕따 걱정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왕따의 가해자라는 연락을 받고 다녀왔습니다. 잘 믿기지 않고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리가 복잡합니다. 또래 친구들 관계에서 왕따 가해자라고 하면 적극적인 신체폭력 및 언어폭력을 예상하는 경우가 많지만, 또래 모임에서 친구를 소외시키거나 사이버상에서 이루어지는 언어폭력도 가해 행동입니다.
어린 청소년들의 경우 본인의 행동이 다른 아이에게 피해를 주는 일인지 모르고 행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녀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되 가해 행동을 반복하지 않도록 대화가 필요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왕따나 폭력을 가해서는 안 되고, 왕따당하는 것이 정당화될 만한 사람은 없다는 것, 가해 의도가 없었더라도 피해자는 충분히 힘들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양육해야 합니다.

Q4
아이와 이야기하다 반에 왕따당하는 아이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 아이가 왕따당하는 걸 보면 힘들지만 그렇다고 같이 놀면 자신도 왕따될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해외 어느 나라에서는 방관자 교육을 많이 한다고 하던데요. 아이가 어떻게 대응하게끔 지도하면 좋을까요?
학교폭력 방관자의 정신적 트라우마는 실제 왕따 피해자만큼 클 수 있습니다. 아이가 말했듯이 괜히 도움을 줬다가 나도 왕따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친구를 외면한 죄책감이 동시에 들기 때문입니다. 반에 왕따당하는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부모에게 말했다는 사실 자체도 용기를 낸 것일 수 있습니다.

마음속으로는 왕따당하는 아이를 보면서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고 싶었는지 충분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부모의 첫 번째 역할입니다. 다음은 방관자가 아닌 협조자로 역할을 전환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왕따시키는 가해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행동 수정을 요청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교사를 통한 개입이 필수입니다. 청소년전화 1388, 117 학교폭력신고센터, 학교 안에 배치된 학교폭력전담경찰관 등 학교폭력 예방 자원들을 연계하여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지도합니다.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방관 학생의 협조입니다. 내 아이가 생각하는 옳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부모님이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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