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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와 단절 넘어, '마을'에 기반한 청소년 관계 잇기
정**  |  조회 7  |  2024-11-13

여기 '살림이'라는 청소년(푸른이)이 있다. 살림이는 친구 '파랑이'가 평소 약속을 잘 지키지 않아 기분이 나빴다. 그 마음을 '보라'라는 친구에게 털어놨다. 그러자 보라는 파랑이에게 이 말을 전했고 화가 난 파랑이는 살림이가 뒷말한다는 소문을 냈다. 그날부터 살림이는 어떤 무리에도 속하지 못한 채 혼자가 됐다.

다소 극단적인 듯하지만 교실 안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그 배경에는 서로 구분하고 배제하기 익숙한 '무리짓기' 문화가 있다. 소통 과정에서의 작은 오해가 단절과 소외로 이어지는 경험은 청소년에게 오래도록 잊지 못할 고통이 된다.

문제는 학교와 부모가 갈등을 다루는 방식이 '회복'이 아닌 '처벌'에 중점을 둔다는 점이다. 어떤 종류의 갈등도 '학교 폭력'이라는 이름으로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법적 싸움까지 치닫는다. 사과와 소통은 없고 낙인과 보복만 있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이 교육부에 받은 자료를 보면, 실제 '학폭위' 처분에 불복해 제기된 행정소송은 2021년 255건에서 지난해 628건으로 늘었으며, 그중 가해학생의 소송 건수가 피해학생보다 4배 높았다.


관계 회복의 본질인 '연결'을 돕는 청소년 상담

그렇다면 다시 문제의 본질로 돌아가, 청소년이 관계의 단절을 넘어 행복하게 지낼 방법은 무엇일까. 홍천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청소년 상담을 이어오는 살림학연구소 일 살림꾼(연구원)은 "끊어진 관계에 고통받던 한 생명이 주변과 다시 이어져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그 생명이 기존에 관계 맺어온 생태계 자체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명은 개체로 존재하지 않고 서로 어우러지며 사는 게 본질이에요. 그러나 관계가 하나둘씩 끊어지면 그때부터 삶에 고통이 찾아옵니다. 푸른이(청소년) 상담은 관계를 끊어내는 힘 앞에 고립됐던 한 푸른이가 관계를 회복하고 피해자 정체성에만 머물지 않도록 연결과 소통을 돕는 일이에요. 어두운 얼굴로 상담실을 찾는 푸른이들이 이후에 밝은 얼굴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상담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 할 수 있지요."

상담 현장에서는 청소년이 스스로와 주변과 소통할 힘을 조금씩 늘려가도록 돕는다. 소외됐던 경험으로 다시 누군가와 관계 맺기 두려운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어울리고 싶은 마음도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도록 돕고, 작은 지점부터 관계를 회복해가는 여정을 함께 이어가는 방식이다.

일 살림꾼은 "특히 한 푸른이(청소년)가 친구뿐 아니라 부모나 교사, 주변 어른들과의 관계까지 통합적으로 회복하는 방향이 상담의 핵심"이라고 지난 상담 경험들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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