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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표창원, 가정폭력 가해자 심리를 말하다
김**  |  조회 527  |  2018-11-22

강민정 기자

  • 입력 2018-11-15 14:47
  • 승인 2018.11.15 15:56
  • 가해자, 여러 명분 이야기 하지만 핑계에 불과해…폭력 정당화 될 수 없어”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가정폭력은 개인의 문제로 치부돼 사회적으로 경시돼 왔다. 하지만 가정폭력이 원인이 된 굵직한 사건사고가 연일 보도되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국회에서도 가정폭력을 예방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20대 국회 가정폭력처벌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를 공동주최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에게 가정폭력 가해자의 심리와 이것이 개정 방안에 어떻게 반영돼야 할지를 물었다. 표 의원은 ‘프로파일러’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지만 지금은 국회의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다음은 표 의원과의 일문일답
    “현행 가정폭력처벌법 목적조항, 가해자 합리화 여지와 명분 그대로 살려줘”
    “가해자 합리화 예방 위해선 ‘처벌 전제된 복지적 개입’ 있어야”



    ▲가정폭력 발생 원인은 무엇인가.
    -가장 많은 경우는 학습에 의한 경우다. (가해자) 본인도 어렸을 때 가정폭력을 목격하며 자란 경우가 가장 많다. 어린 시절에는 싫고 무서웠겠지만 가정폭력에 의해 통제하고 권력을 행사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욕구 등 원하는 것을 달성하는 걸 지켜보면서 그 방법을 그대로 학습하게 된 거다.

    다음으로는 (가해자들은) 감정 관리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다. 대부분 가정폭력의 원인은 100% 가해자에게서 비롯된다. 가해자가 느끼는 열등감, 패배감, 우울, 실패, 좌절에서 비롯된 불쾌한 정서를 해소하기 위해서 (가정폭력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자신에게 이런 감정을 안겨준 자들은 대개 상사거나 사회 등 강한 자들이다. 여기에 직접 대놓고 분풀이를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지배 아래 있고 통제 가능한 대상에게서 가해를 할 수 있는 명분을 찾는 거다.

    (가해자들은 명분으로) 불륜 의심, 경제적 관념 부족 등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지만 핑계에 불과하다.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는 요인은 없다. 대부분 가해자에게 있는 피해의식, 좌절감, 낮은 자존감이 가장 큰 문제다.

    세 번째는 통제 수단으로써 가정폭력을 사용한다. 상대를 존중하고 대화를 나누고 평등한 관계에서는 마음대로 못하지 않나. 휴가 때 어디를 갈지, 밥을 뭘 먹을지, 제한된 가정의 소득 내에서 자신이 원하는데 얼마를 쓸지 등을 가족 구성원들과 동등하게 회의한다거나 이야기를 나눴을 때 자신이 원하는 대로 못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가정폭력을 통해 가족구성원을 통제하고, 이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하려 한다. 이런 것들이 크게 본 가정폭력의 세 가지 원인이다.

    ▲가정폭력 가해자의 심리는.
    -폭력은 나쁜 거라는 걸 당연히 누구나 안다. 기사, 언론, TV 등에서 (보도를 통해) 가정폭력은 나쁜 것, 범죄라고 이야기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가정폭력을 행사할 때는 합리화할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하다. 이걸 합리화의 심리 또는 중화작용이라 한다.


    이성적으로는 ‘(가정폭력을) 해서는 안 된다’고 인지하고 인식하지만 이것을 해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고, 감정이 해소된다. 다른 방법으로는 능력이 부족해서 (감정 해소 등을) 못하기 때문이다. (가해자는) ‘이건 괜찮아’ ‘나는 괜찮아’ ‘이 상황은 괜찮은 거야’라고 (합리화가) 돼야 (심리가) 괜찮아진다.

    합리화를 위해 개입되는 심리는 첫째로 가해의 부정이다. 이것은 ‘자신이 휘두르는 폭력은 괜찮다’는 거다. 세상과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가정 폭력은 다른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세상에 흉악범이나 뇌물 부패, 사법농단, 경제사범 등을 손가락질하며 ‘저들이 나쁜 사람이지 내가 하는 건 그리 나쁜 행동이 아니야’라는 게 가해 부정이다.

    두 번째로 피해 부정 심리가 나타난다. ‘피해자에게 이 정도는 괜찮아’라는 거다. 충분히 견딜 수 있고, 오히려 피해자에게 도움이 되고, 내가 폭력을 휘두름으로 인해 피해자는 나쁜 습관이 고쳐지거나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순간만 잠시 고통스러울 뿐이지 오랫동안 후유증이 남거나 크게 지장을 초래하는 건 아니라는 피해 부정 심리가 개입된다.

    세 번째는 비난자에 대한 비난 심리가 있다. 자신이 저지른 행위를 누군가 알게 됐을 때 경찰 수사가 진행된다거나, 여성단체나 언론의 비난 등이 예상되면 이런 걸 미리 마음속에서 차단하는 거다.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깨끗한가. 어디선가 나보다 더 나쁜 짓을 하고 다닐 텐데’ ‘세상 모두가 나빠’ ‘이 정도는 다 할 걸’라는 식으로 생각한다. 이런 비난자에 대한 비난 심리로 (가해자는) 자신의 죄의식을 극복한다.

    마지막으로 상위 가치의 호소라는 게 있다. 자신이 저지른 건 폭력이지만, 이것보다 중요한 상위 가치가 있다는 거다. 가정 질서의 확립, 불륜 방지, 튼튼한 가정 경제 등 자신이 상정한 더 중요한 가치를 위해 이 정도의 폭력은 괜찮다고 합리화하는 거다.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가정폭력을 휘두르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거다.

    ▲가해자는 자신보다 상위에 있는 사람에게 저항하지 못해 상대적으로 낮은 사회적 위치에 있는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한다는 말인가.
    -많은 경우가 그렇다. 대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상된 남성성이라는 게 있다. 사회적으로 남자들에게 ‘강해지라’고 하지 않나. 어렸을 때부터 ‘지면 안 된다’고 말한다거나. 그렇다보니 패배하거나 밀리거나 무시당하면 견디지 못하고 남성성이 손상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렇게 손상된 남성성은 어디선가 회복돼야 한다.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 등 범죄가 아닌 방법으로 회복하는 사람들은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능력을 배양해 다음에 성취하고 이뤄내지만 이렇게 할 자신이나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대개 이 감정을 견뎌내지 못하는 거다.

    ‘나를 무시했어?’ ‘내가 이 따위에 졌단 말이야?’ 이런 감정들을 이기지 못하다 보니 대신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대상에게 분풀이를 해 이 감정을 해소하는 거다. 그러면서 ‘내가 강하다’ ‘우월하다’고 느끼는 거다.

    ▲가정폭력처벌법, 어떤 방향으로 개정돼야 할까?
    -가장 중요한 첫 번째가 ‘목적조항’이다. 가정폭력처벌법 목적조항이 현재 어떻게 돼 있냐면 건강한 가정의 보호를 우선으로 한다. 이 자체가 가정폭력 가해자에게는 가정폭력이 문제가 된다 해도, 자신이 나쁘고 처벌받아야 되는 게 아니라고 받아들여진다.

    전체적인 문제, 가정 내의 분란이 있는 거니 이 문제를 같이 한 번 해결해보자는 식으로 의미가 다가간다. (현행 가정폭력처벌법 목적조항은 가정폭력 가해자의) 합리화할 여지와 명분을 그대로 살려준다. 목적부터 ‘가정폭력은 범죄이고, 가정폭력 범죄를 방지하고 효과적인 처벌을 하기 위하여’라고 바꿔야 한다.

    아울러 현재 가정폭력처벌법은 형사 처벌이 아닌 보호 처벌 우선이다. 가정이 아닌 타인에게 똑같은 폭력을 저지르면 이건 심각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지 않나. 상습적이며 상해를 야기해 가중처벌이 돼야 할 폭력들이 가정폭력이라는 이유만으로 형사 처벌도 안 받고 보호 처분( 정도에 머무른다). (가정폭력에 대한 조치가) 수강 명령, 접근 금지 명령 등으로 우선적 처리되는 것부터 고쳐져야 한다.

    외국에서는 (가정폭력에 대해) 체포 우선 정책을 편다. 신고 받은 경찰이 가정폭력 현장에 나가면 무조건 (가해자) 체포부터 하는 거다. 합리화를 초반부터 상쇄하기 위해서다. (체포를 통해 가해자가) ‘가정폭력은 용서되지 않고 나쁘다고 여겨지는 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나중에 (진행되는) 처벌은 별개 문제다.

    일반적으로 가정폭력 발생 직후에 경찰이 체포를 먼저하고 가해자 격리 등의 조치를 취했을 때 우리 사회도 가정폭력 가해자들이 합리화를 못하게 되는 상황이 생긴다.

    주로 이제까지는 임시 조치 등 (가정폭력) 피해자를 쉼터 등으로 피신시켰다. 이것이 아닌 가해자를 격리하고, 피해자는 자신이 익숙한 곳에서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 같은) 피해자 중심적인 방향으로 개정이 이뤄져야 하고, 가해자에 대해서는 만약 가정폭력 최초에 신고 발견이 됐을 때 치료나 교육 등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강한 처벌이 기다리고 있다는 처벌이 전제된 복지적 개입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가해자의 합리화가 사라지고, 본인 스스로 고치려는 노력을 하게 될 거다.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들이 계류 상태에 멈춰있는 이유는.
    -국민적 관심이 일어나는 사건이 발생하면 (새롭게) 법안이 제출되거나 그 전에 제출된 법안에 대한 관심이 일어난다. 그 후 국회에서 (법안을) 심의하는데, 이를 위해 상정되고 법안 심사 소회가 열리는 사이 국민적 관심이 식는 문제가 반복됐다.

    국민들이 크게 관심을 안 가지니 국회에서는 ‘(가정폭력처벌법이 가해자) 처벌 위주로 가면 일반적인 법 원칙에 어긋나지 않느냐’ ‘가정폭력 가해자를 엄단한다면 오히려 가정을 보호하지 못하고 가정 해체를 확산하는 거 아니냐’는 반론들이 제기되며 법안 통과가 어려워졌다. 사건이 발생한 뒤 국민적 관심이 일어나는 것과 법안이 실제로 심의되는 사회적 시차 문제, 국회에서의 관심 부족, 관련 부처의 소극적 태도가 합쳐져 문제가 계속 반복된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과 언론의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 (또한) 국회에서도 좀 더 진지한 논의와 피해자 중심적인 인식 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강민정 기자 kmj@ilyoseoul.co.kr 

    출처 : 일요서울(http://www.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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